연안이씨가 각색편 보유자 이만희씨
[대전=중도일보] 한국인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인생의 고비마다에 떡을 만들어 먹고 심지어 죽어 제사상에도 떡이 올라간다.

백일 된 아기에게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백설기와 수수팥떡을 해주고 혼례 때는 신랑 신부의 행복과 다산을 의미하는 이바지 떡을 보내며 조상의 차례상에는 설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을 올린다.

이처럼 하늘을 받드는 신성한 제물(祭物)로 귀하게 여겨져 왔으며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처럼 애경사에 빠지지 않는 게 떡이다.

전국 유일의 떡 무형문화재인 ‘연안이씨가 각색편’ 기능보유자 이만희(72·대전무형문화재 제10호·대전시 중구 유천동)씨를 찾아 떡 중에서도 귀한 떡으로 통하는 각색편 이야기를 들어봤다.

각색편을 “집안의 중요 대소사는 물론 제사상에도 올리는 귀한 떡”이라고 소개한 이 씨는 “흰 색의 백편, 대추와 꿀을 곤 물을 넣어 갈색을 띠는 꿀 편, 승검초(당귀)가루와 쑥 잎을 넣어 초록빛이 나는 승검초 편 등 세 가지 떡 색깔이 잘 어우러져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선조가 고려시대 지다방사(知茶房事 왕의 검식관)로 연안이씨 집안에는 궁중음식의 하나인 각색편 제조비법이 전해져 내려와 제사나 혼례 등 중요한 행사에 이 떡을 빼놓지 않는다”며 “광산김씨 집안으로 시집와 50여년 대전에 살면서 연안이씨가 맏며느리인 친정어머니로부터 배운 각색편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들려줬다.

각색편은 멥쌀을 주재료로 해 떡고물 없이 각색의 켜를 지어 시루에 찌는 떡으로 승검초 편이 씁쓸한 맛으로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녀는 백편과 꿀 편만으로 모양을 내고 떡 두께도 1cm 정도로 한 번에 먹기 좋게 만들었다.

또 백편과 꿀 편을 바둑판처럼 배열해 만든 정사각형 안에 통통한 잣과 붉은 대추, 초록색 호박씨로 매화꽃 문양을 만들어 떡 위에 곱게 수를 놓은 것 같은 그녀의 각색편은 먹기가 아까울 정도다.

50년 한결같은 맛과 모양을 내는 이 씨의 떡 만들기 비법은 다름 아닌 정성을 듬뿍 들이는 것이란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쉽고 편리한 것만 찾다보니 대추와 밤, 잣, 석이버섯 등 좋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전통방식대로 만드는 과정을 싫어해 우리 고유의 전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한 “생일날 백설기와 수수팥떡을 먹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예쁜 떡 케이크를 만들어 주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대덕구 송촌동에 건립된 대전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올 봄부터 전수자들을 지도할 계획인 이 씨는 “떡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환영한다”며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전통 떡 제조법 전수에 열을 올렸다./임연희 기자 lyh3056@